인공지능(AI)이 인간의 업무를 점진적으로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감원이 현실화되고 있다.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주요 기업들이 수만 명 규모의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AI 에이전트 시대의 고용 충격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인텔 2.2만명, MS 6천명… 전례 없는 감원 규모
인텔은 지난달 2만 2000명(전체 직원 약 20%)에 달하는 인력 감원 계획을 발표했고 MS는 전체 직원의 3%인 약 6000명, 메타는 5%인 4000명을 해고하기로 각각 결정했다. 특히 인텔의 경우 립부 탄(Lip-Bu Tan) CEO 주도 하에 관료주의 타파와 엔지니어링 중심 문화 재건을 목표로 전면 구조조정에 나섰다.
탄 CEO는 직원 대상 메시지에서 “조직적 복잡성과 관료주의가 우리가 승리하는 데 필요한 혁신과 민첩성을 질식시키고 있다”며 “회사 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했다. 인텔은 이미 지난해 8월 1만 5000명을 감원한 바 있어, 연속적인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최대 타격층
MS가 워싱턴 주에 제출한 문서에서 워싱턴 주에 있는 해고대상(1985명) 중 40% 이상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고 제품 관리·기술 프로그램 관리직이 전체의 30%로 뒤를 이었다. 이는 AI가 가장 먼저 대체하기 시작한 영역이 바로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임을 시사한다.
메타 역시 올해 2월 3600명을 감원하고 4월에는 가상현실 사업부에서 추가 감원을 실시했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내부 메시지에서 “저성과자들을 더 빨리 내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직원들은 평가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AI 코딩 능력 급속 발전이 핵심 동력
다리오 아모데이 엔트로픽 CEO는 올해 3월 미국외교협회 행사에서 “6개월 내 AI가 코드의 90%를 작성하고 12개월 내에 사실상 모든 코드를 작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티아 나델라 MS CEO도 지난달 “MS 프로젝트 코드 중 20~30%는 AI가 전부 작성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신 AI 모델들이 고난도 코딩 작업에서 인간 수준의 추론력과 복잡한 비즈니스 의사결정 능력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전통적인 개발자 역할에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효율성 개선을 넘어 인력 대체로 이어지는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기업들의 공식 입장 vs 실제 배경
메타를 제외한 각 기업은 감원 배경으로 △AI 기술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 △의사결정 프로세스 간소화 △성과 중심 조직 문화 전환 등을 꼽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AI 에이전트 도입 확대가 실질적인 감원 동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저커버그는 AI가 개발 코드를 작성하게 되고 직원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해왔다. 구글 역시 올해 들어 클라우드 부문 100명, 판매·파트너십 부문 200명 등 점진적 감원을 지속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대전환 시대 진입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2월 ‘3가지 관찰’이라는 블로그 글에서 “AI가 경제·사회 모든 영역에 스며들고 있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사회·경제적 변화는 엄청날 것”이라며 “AI 에이전트와 AGI(일반인공지능)가 발전하면 자본과 노동 사이 균형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현재 진행되는 빅테크 감원은 AI 에이전트 시대의 전조로 해석된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으로 점차 다양한 지식 노동 영역으로 AI 대체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른 사회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고숙련 기술직마저 AI 대체 위험에 노출되면서 전통적인 고용 안정성 개념에 근본적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