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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학습은 저작권 침해 아니다”…영국 법원, 스테이블 디퓨전 손 들어줘

세계 최대 이미지 스톡 업체 게티 이미지가 AI 이미지 생성 모델 ‘스테이블 디퓨전’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소송에서 패소했다. 로이터와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런던 고등법원은 4일(현지시간) 스태빌리티 AI가 게티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조안나 스미스 판사는 판결문에서 “저작권 침해 작품을 저장하거나 복제하지 않는 스테이블 디퓨전과 같은 AI 모델은 ‘침해 복제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게티의 이미지를 따로 복제하거나 저장하지 않는 한, 모델 학습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스테이블 디퓨전 생성물 중 게티의 워터마크가 포함된 것에 대해서는 ‘상표권 침해’를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앞서 미국 법원이 앤트로픽을 상대로 내린 판결과 유사한 논리를 따른다. 미국 법원은 정당하게 책을 구입해 모델을 학습한 것은 공정 사용(fair use)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으나, 불법 복제물을 훈련에 사용한 것은 저작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영국 법원도 학습 과정에서 이미지를 별도로 복제·저장하지 않았다면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이는 AI 모델이 학습 데이터를 압축된 패턴으로 변환할 뿐 원본을 그대로 저장하지 않는다는 기술적 특성을 법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게티는 2023년 1월 스테이블 디퓨전 제작사 스태빌리티 AI를 고소하며 저작권이 있는 수백만 개의 이미지를 허가 없이 사용해 AI 모델을 훈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영국 관할권에서 AI 모델 학습이 이뤄졌는지를 입증하지 못해 일부 주장을 철회했고, 모델이 생성한 이미지가 게티의 원본 이미지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점도 입증하지 못해 저작권 침해 주장의 상당 부분이 기각되며 재판이 축소됐다. 결국 이번 판결로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침해 사실마저 부인되면서 게티의 핵심 주장이 모두 무너졌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에 대한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로펌 미셸모어스의 이언 코너 지적재산권 담당은 “많은 기대를 모았던 이 사건은 ‘엄청난 엉터리 사건’으로 판명됐다”며 법원을 비난하고 “이번 판결로 영국은 AI 모델 학습과 관련한 의미 있는 판결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닉 에지풀라 심킨스 로펌 담당자도 “이번 결정은 창의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창작자들은 자신의 작품이 동의 없이 AI 학습에 사용되는 것에 강력히 반발해왔으나, 이번 판결은 그들의 우려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게티는 “최소한 영국 법원이 상표권 침해는 인정했다”며 “미국 소송에서 영국 판결을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에서는 최근 저작권자들이 잇달아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고 있다. 앤트로픽은 불법 복제된 데이터로 모델 학습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작가들에게 15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고, 음악 스타트업 유디오는 유니버설 뮤직과 합의를 통해 라이선스가 있는 노래를 대상으로 유료 음악 생성 플랫폼 출시에 나섰다. 영국과 미국의 법적 판단이 엇갈리면서 AI 저작권 분쟁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으며, 글로벌 차원의 명확한 법적 기준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태그: #스테이블디퓨전 #AI저작권 #게티이미지재시도

이석진
이석진
경제 애널리스트 출신 경제 기자입니다. 명확하고 간결한 경제분석을 추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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