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챗GPT가 독일에서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독일 뮌헨 지방법원은 챗GPT가 독일의 대표적 뮤지션 헤르베르트 그뢰네마이어(Herbert Grönemeyer)의 곡을 포함한 다수 노래 가사를 무단으로 재생산해 오픈AI가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오픈AI가 저작권 침해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받은 첫 사례로, 향후 AI 저작권 소송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엘케 슈바거(Elke Schwager) 판사는 오픈AI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배상액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독일 음악저작권협회(GEMA)가 제기했다. GEMA는 작곡가, 작사가, 음악 출판사 등 8만여 명의 회원을 대표하며, 챗GPT가 그뢰네마이어의 대표곡 ‘마에너(Männer)’, ‘보쿰(Bochum)’을 비롯한 9곡의 가사를 무단 학습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오픈AI는 “챗GPT가 특정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방대한 학습 데이터에서 ‘패턴’을 학습할 뿐”이라며 “실제 가사 출력은 사용자 프롬프트에 따른 결과이므로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I 모델의 학습 과정에서 발생한 암기 자체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며, 챗봇이 가사를 재생산하는 행위도 저작물 사용권 침해”라고 판시했다.
카이 벨프(Kai Welp) GEMA 법률 고문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오픈AI와 창작자 보상 체계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토비아스 홀츠뮐러(Tobias Holzmüller) GEMA CEO는 “인터넷은 셀프서비스 매장이 아니며, 인간의 창작물은 공짜로 가져다 쓸 수 있는 템플릿이 아니다”라며 “이번 판결은 AI 기업도 저작권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고 강조했다. 오픈AI는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극히 제한된 일부 가사에 대한 것으로, 독일 내 수백만 명의 사용자와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며 “판결에 동의하지 않으며, 앞으로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AI 학습 과정 자체를 저작권 침해로 인정한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오픈AI는 모델이 데이터를 “패턴”으로만 학습할 뿐 저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학습 과정에서의 암기 자체가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학습은 공정 이용”이라는 AI 업계의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판결이다. 또한 출력 책임을 사용자에게 전가하려는 오픈AI의 논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모델이 가사를 재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 자체가 저작물 사용권 침해라고 본 것이다.
이번 사건은 AI가 저작권이 있는 음악·문학 작품을 학습 데이터로 사용하는 것이 합법인지를 가르는 첫 주요 판례 중 하나로, 유럽 내 AI 규제 방향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영국 법원이 스테이블 디퓨전의 이미지 학습을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결한 것과 대조적이다. 유럽 각국에서 AI 저작권에 대한 법적 판단이 엇갈리면서, EU 차원의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GEMA가 창작자 보상 체계 논의를 제안한 것처럼, AI 기업과 저작권자 간의 라이선스 협상이 새로운 산업 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오픈AI의 항소 여부와 향후 유럽 법원의 최종 판단이 글로벌 AI 산업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