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인공지능(AI) 관련주 고평가 우려에 일제히 하락했다. 나스닥 지수는 2% 넘게 급락하며 AI 기술주 버블 논란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51.44포인트(0.53%) 내린 4만7085.24로, S&P500 지수는 80.42포인트(1.17%) 하락한 6771.55로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486.09포인트(2.04%) 급락한 2만3348.64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AI 관련주 차익 실현이 본격화됐다.
하락을 촉발한 것은 AI 기반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팔란티어의 역설적인 급락이었다. 팔란티어는 전날 월가 예상을 웃도는 호실적을 발표하고 향후 전망까지 상향 조정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7.94% 폭락했다. 올해 150% 이상 급등한 후 주가 수준이 과도하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팔란티어의 급락은 AI 섹터 전반으로 확산됐다. 엔비디아(3.96% 하락), AMD(3.70% 하락), 테슬라(5.15% 하락) 등 주요 AI 관련주들이 일제히 낙폭을 키웠고, 알파벳, 브로드컴, 아마존, 메타, 오라클 등 대형 기술주들도 1~3%대 하락세를 보였다.
월가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뉴욕증시의 고평가 리스크를 경고해왔다. 주가이익비율(PER) 등 여러 밸류에이션 지표가 역사적 기준으로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전날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는 “향후 12개월에서 24개월 동안 주식 시장이 1020%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직접적으로 경고했다. 테드 픽 모건스탠리 CEO 역시 “주가가 1015% 정도 조정받을 것”이라며 시장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AI 관련주의 가파른 상승세는 2023년 챗GPT 출시 이후 지속돼왔다. 생성형 AI 기술이 산업 전반을 혁신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반도체 기업들과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주가가 천문학적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실제 수익 창출 모델이 불명확하고, 과도한 기대감이 선반영됐다는 우려도 함께 커졌다. 이날 하락은 그동안 누적된 고평가 우려가 본격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한 신호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AI 기술주의 조정이 일시적 현상인지, 본격적인 버블 붕괴의 시작인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펀더멘털이 견고한 기업들의 경우 단기 조정 후 재상승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제시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닷컴 버블과 유사한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계한다. 향후 수주간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와 AI 투자 수익률 입증 여부가 시장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