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장을 위해 네덜란드 클라우드 업체 네비우스(Nebius)와 대규모 GPU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11일(현지시간) 네비우스는 메타와 5년간 30억 달러(약 4조원) 규모의 장기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아르카디 볼로즈(Arkady Volozh) 네비우스 창립자는 주주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컴퓨팅 용량에 대한 수요가 엄청났지만, 우리가 확보한 GPU와 전력 용량 범위 내에서 계약 규모를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며 3개월 내 계약 이행에 필요한 인프라를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메타는 “AI는 메타의 모든 제품군의 혁신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라며 “이번 계약을 통해 고성능 GPU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향후 AI 연구 및 서비스 개발 속도를 대폭 높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네비우스는 ‘러시아의 구글’로 불리던 얀덱스(Yandex)에서 독립해 유럽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사업을 펼쳐온 ‘네오클라우드(neocloud)’ 업체 중 하나다. 미국 빅테크의 컴퓨팅 수요가 늘어나자 지난 9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174억 달러(약 25조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네비우스는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4배 가까이 늘어난 1억4,610만 달러(약 2,1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자본 지출은 GPU 확보와 데이터센터 부지·전력 인프라 확충에 따라 9억5,550만 달러(약 1조4,000억원)로 전년 대비 6배가량 급증했다.
이번 계약은 AI 인프라 확보 경쟁이 빅테크 자체 투자를 넘어 제3자 클라우드 업체 활용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메타는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과 병행해 외부 GPU 용량을 임대함으로써 AI 모델 개발과 배포 속도를 높이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네비우스가 “확보한 GPU와 전력 용량 범위 내에서 계약 규모를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힌 것은 현재 GPU와 전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시장 상황을 반영한다. 실제로 메타의 수요는 네비우스가 제공할 수 있는 용량을 초과했다는 의미다.
네비우스의 급성장은 AI 인프라 수요가 새로운 클라우드 사업자들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AWS, Azure, GCP가 지배했던 클라우드 시장에서 AI 특화 인프라 제공업체들이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 특히 얀덱스에서 독립한 네비우스가 불과 수개월 만에 MS와 메타 같은 빅테크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한 것은, 유럽 중심의 데이터센터 네트워크와 GPU 확보 능력이 경쟁력으로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네비우스의 자본 지출이 매출 증가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한 것은 향후 수요를 예상한 선제적 인프라 투자로 해석된다.
메타의 이번 결정은 AI 경쟁에서 인프라 확보가 모델 개발만큼 중요한 전략적 과제임을 재확인시킨다. Llama 시리즈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AI 생태계 확장을 꾀하는 메타에게 충분한 컴퓨팅 자원 확보는 필수적이다. 향후 다른 빅테크들도 자체 인프라 구축과 외부 GPU 임대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비우스 같은 제3자 클라우드 업체들은 이러한 수요를 기반으로 급성장할 가능성이 크며, GPU와 전력 공급망 확보가 이들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