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가 소비자용 모바일 인공지능(AI) 앱의 전면 개편에 착수했다. 세계적 수준의 오픈소스 모델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지만, 정작 자국 소비자 시장에서는 경쟁자들에게 밀리고 있다는 것을 만회하려는 시도다. 14일 알리바바는 현재 운영 중인 모바일 앱 ‘퉁이(Tongyi)’를 ‘큐원(Qwen)’으로 리브랜딩하고, 단계적으로 에이전트형 AI 기능을 탑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타오바오(Taobao) 등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쇼핑을 지원하는 기능까지 포함한 AI 에이전트로 발전하는 것이 목표다. 알리바바는 이미 100명 이상의 개발자를 투입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큐원은 알리바바를 대표하는 AI 브랜드다. 알리바바는 이번 앱 개편을 통해 흩어져 있던 소비자용 서비스를 하나의 ‘큐원’ 브랜드로 묶어 주요 AI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지금까지 별도 운영한 퉁이 앱과 기능이 상대적으로 제한된 ‘큐원 챗(Qwen Chat)’ 앱도 통합된 사용자 경험으로 정리돼 일관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는 초기에는 큐원 앱을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지만, 사용자 기반을 구축한 뒤 유료로 확장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온라인 서비스 유료 결제가 여전히 제한적인 만큼, 쇼핑 기능을 중심으로 수익 모델을 발굴하려는 의도다.
현재 중국 소비자용 AI 앱 시장에서는 바이트댄스의 ‘더우바오(Doubao)’가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딥시크와 텐센트의 ‘위안바오(Yuanbao)’가 추격하고 있다. 이에 비해 크게 뒤진 알리바바는 이번 전면 개편을 통해 경쟁사와의 격차를 좁히고 글로벌 버전 출시까지 추진해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다. 에디 우(Eddie Wu) 알리바바 CEO는 지난 9월 새로운 AI 모델과 풀 스택 기술 개발 계획을 밝히며 AI 인프라부터 서비스까지 전 영역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알리바바는 올해 초 검색 앱 ‘쿼크(Quark)’를 AI 비서 형태로 개편한 데 이어, 최근 분기 실적에서도 AI 관련 제품이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AI 비즈니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알리바바의 이번 전략은 기술 우위와 소비자 시장 성공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Qwen 시리즈 오픈소스 모델은 글로벌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중국 내 소비자 앱 시장에서는 바이트댄스와 딥시크에 밀리고 있다. 이는 모델 성능만큼이나 사용자 경험, 생태계 통합, 브랜드 인지도가 중요함을 시사한다. 알리바바가 전자상거래 플랫폼 연동을 핵심 차별화 요소로 내세운 것은 자사의 강점인 쇼핑 생태계를 AI 에이전트와 결합하려는 전략으로, 단순한 챗봇을 넘어 실용적 가치를 제공하려는 시도다.
알리바바를 비롯해 화웨이, 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들은 AI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미국과의 글로벌 기술 경쟁 구도를 더욱 첨예하게 만들고 있다.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부문이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며 그룹 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으로 자리 잡은 것도 AI 투자 여력을 확보하는 데 긍정적이다. 향후 큐원 앱의 글로벌 버전 출시와 에이전트 기능 고도화가 성공한다면, 알리바바는 기술 개발자와 일반 소비자 양쪽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AI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은 결국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로 이어질 것이며, 글로벌 AI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태그: #알리바바 #Qwen #중국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