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미래, 개방이냐 통제냐… 실리콘밸리 두 거물의 정면충돌
인공지능(AI) 산업을 이끄는 두 거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가 AI의 미래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젠슨 황 CEO는 아모데이 CEO의 AI 비관론과 폐쇄적인 개발 철학을 ‘골방의 논리’라 칭하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번 논쟁은 단순히 두 기업의 의견 차이를 넘어 AI 기술 발전의 방향성과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근본적인 철학 대립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갈등의 발단은 아모데이 CEO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그는 AI 기술의 발전으로 향후 5년 내에 저숙련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AI 기술의 위험성을 강조했다.[1][2][3] 이에 대해 젠슨 황 CEO는 지난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 테크’ 행사에서 “아모데이의 발언 거의 모든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4][5] 그는 아모데이의 주장이 AI 기술을 소수 엘리트 집단이 독점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황 CEO는 앤트로픽의 접근 방식이 세 가지 잘못된 전제에 기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AI가 너무 위험해 앤트로픽 같은 소수만 다뤄야 한다는 주장, 둘째, AI 개발 비용이 너무 비싸 다른 기업이 참여하기 어렵다는 주장, 셋째, AI가 너무 강력해 대량 실업을 유발할 것이라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4] 황 CEO는 이러한 주장이 결국 “AI를 개발하는 회사가 자신들뿐이어야 한다는 말”과 같다고 꼬집었다.[4] 그는 “AI를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개발하려면 어두운 방이 아닌 야외에서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며 앤트로픽의 폐쇄성을 강하게 비판했다.[4]
두 CEO의 갈등 이면에는 미국의 AI 칩 수출 통제 정책에 대한 이견도 자리 잡고 있다.[6] 아모데이 CEO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엔비디아 칩의 대중국 수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6][7][8] 그는 중국이 임산부 복대나 랍스터 상자에 GPU를 숨겨 밀수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4][9] 반면 엔비디아는 이러한 주장이 “허풍”이며 비현실적이라고 일축했다.[4][9] 황 CEO는 AI 기술 경쟁에서 규제보다는 혁신과 개방을 통해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앤트로픽의 주장이 자사의 사업에 타격을 주기 위한 의도라고 보고 있다.[10][11]
이번 논쟁에 대해 앤트로픽은 공식 입장을 통해 아모데이 CEO의 발언이 왜곡됐다고 반박했다. 앤트로픽은 “다리오 CEO가 ‘앤트로픽만이’ 안전한 AI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며, “AI 개발자를 위한 국가적 투명성 기준을 마련해 대중과 정책 입안자들이 AI의 역량과 위험을 인지하도록 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4] 또한 AI가 초급 직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며, 이 입장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12] 두 거물의 설전은 AI 기술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며, 앞으로 AI 산업의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