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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올인 선언한 듀오링고, ‘학습 질 저하’ 논란에 이용자 이탈 가속화

세계 최대 언어 학습 앱 듀오링고가 ‘AI 우선주의(AI-first)’를 선언하며 격랑에 휩싸였다. 지난 4월, 루이스 폰 안 CEO는 계약직 인력을 AI로 대체하고 전 직원의 AI 활용 능력을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듀오링고는 과거 PC가 대세이던 시절 ‘모바일 우선주의’로 성공 신화를 쓴 것처럼, 이번 AI 전환을 새로운 패러다임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이러한 급진적인 선언은 장기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수년간 쌓아온 학습 기록을 삭제하고 앱을 떠나는 ‘탈듀오링고’ 현상을 낳고 있다.

회사의 야심 찬 비전과 달리,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이용자들은 소셜 미디어와 커뮤니티를 통해 AI 도입 이후 눈에 띄게 저하된 학습 경험을 성토하고 있다. 반면, 듀오링고의 주가는 500달러를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AI 도입에 대한 이용자들의 우려와 별개로, 투자자들은 AI가 가져올 확장성과 효율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보여준다. 폰 안 CEO는 “AI는 직원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빠르고 높은 품질로 결과물을 내기 위한 도구”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한번 돌아선 이용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이용자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AI가 생성하는 콘텐츠의 ‘품질 저하’다. 특히 소수 언어 코스에서 문제가 두드러진다. 아일랜드어 과정에서는 AI 음성이 단어를 부정확하게 발음하고, 일본어 과정에서는 단어의 고유한 음높이 억양(pitch-accent)을 전혀 구현하지 못해 오히려 잘못된 학습을 유도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한 이용자는 “잘못된 일본어를 일부러 배우는 것은 가치 없는 일”이라며 700일 넘게 이어온 학습 기록을 포기하고 앱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과거 이용자들의 질문에 원어민들이 직접 답변해주던 ‘사용자 포럼’이 폐쇄된 것도 학습의 질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꼽힌다.

아이러니하게도 언어 학습은 생성형 AI가 가장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다. 듀오링고 역시 유료 구독 서비스 ‘듀오링고 맥스’를 통해 AI 챗봇과 대화하는 기능을 선보이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기능일 뿐, 학습의 근간이 되는 콘텐츠 제작까지 AI에 맡기기에는 기술이 아직 미성숙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전직 듀오링고 직원은 “우리가 다루던 AI 도구는 인간의 감독 없이는 도저히 수업을 만들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언어 교육의 대중화’라는 듀오링고의 사명과 ‘상장사로서의 이익 추구’라는 현실이 충돌한 결과로 분석된다. 듀오링고는 AI를 통해 더 많은 언어 코스를 더 빠르게 만들어 이용자를 붙잡고 수익을 창출하려 한다. 하지만 “콘텐츠의 질이 떨어지더라도 즉시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나바호어 등 소멸 위기 언어 교육에 AI를 섣불리 도입할 경우, 언어 보존이라는 숭고한 가치마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동호
홍동호
종합 기자 홍동호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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