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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앨범 플레이리스트의 ‘엔쉬티피케이션’, 추억을 잠식하는 알고리즘의 그림자

유튜브의 방대한 풀앨범 플레이리스트가 ‘플레이리스트 채우기’ 등으로 오염되며, 기술의 진화가 디지털 문화와 오래된 기록, 그리고 신뢰의 기반을 어떻게 흔드는지 조명한다.

유튜브는 단순한 동영상 플랫폼을 넘어, 디지털 시대의 집단적 기억과 문화의 저장소가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오래된 계정, 그리고 수백 개의 앨범 플레이리스트는 음악적 소수성과 취향의 다양성을 담아내는 동시에, 기술이 인간의 정체성과 기억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왜 낡은 인터넷 공간에 집착하며, 기술을 통해 잊힌 추억을 되살리고자 할까요?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추억을 상품화하고, 무심한 자동화가 인간적 의미를 덜어내는 현상은 디지털 존재론의 중요한 단면입니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단순히 음악을 찾기 위한 플레이리스트가 아닌, ‘플레이리스트 채우기(playlist stuffing)’ 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핵심은 공학적으로 아주 단순한 UI 취약점과 자동화된 업로드 시스템의 결합입니다. 예를 들어, 플레이리스트의 앞부분에 정상적인 트랙이 들어가고, 3번째 트랙에 ‘More’라는 1시간짜리 영상이 삽입됩니다. 사용자는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마케팅 영상이나 광고성 콘텐츠가 재생됩니다. 유튜브의 검색 시스템과 플레이리스트 구조, 그리고 계정 관리의 허술함이 합쳐져 본래의 음악 감상 경험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 신뢰와 윤리에 도전장을 내밉니다. 오랜 시간 방치된 계정이 대량으로 해킹되어 악용되는 것, 그리고 알고리즘이 부정확한 콘텐츠 선별을 지속적으로 허용하는 현실은 디지털 플랫폼의 책임과 신뢰의 기반을 허물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더 이상 자신이 클릭한 플레이리스트가 진짜 앨범인지, 아니면 광고성 사기 콘텐츠로 오염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는 정보의 신뢰성, 플랫폼 운영의 투명성, 그리고 디지털 기억의 보존이라는 윤리적 과제와 직결됩니다. 실제 사례들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두드러집니다. 대표적으로, ‘More’ 동영상만 750만 뷰를 기록했고, 이와 유사한 영상이 수십만에서 수백만 조회수를 올리고 있습니다. 100여 개의 채널이 5만 8천여 개의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이 현상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특히, 2005~2009년에 개설된 고령의 계정들이 집중적으로 악용되고 있으며, 이중 상당수는 오랫동안 방치된 상태에서 해킹되어 활용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의 개인 영상, 일상의 기록, 그리고 한때의 문화적 유산이 이제는 광고 봇과 사기 콘텐츠의 숙주가 되고 있습니다.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의 엔쉬티피케이션(enshitification)은 한 플랫폼의 쇠퇴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는 기술 진화의 그늘에서 우리가 잃고 있는 것들—디지털 신뢰, 집단적 기억, 그리고 인간적 연결의 의미—를 되짚게 만듭니다. 앞으로 디지털 플랫폼은 사용자의 신뢰와 문화적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더욱 정교한 보안, 투명한 알고리즘 운영, 그리고 윤리적 책임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그리고 결국, 기술이 추억을 상품화하는 시대에 우리는 어떤 기억을 남기고 싶은지, 그 답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입니다.

태그: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디지털문화, 알고리즘, 윤리

안혜민
안혜민
문화 트렌드 전문 기자 안혜민입니다! 젊고 밝은 톤의 트렌디하고 공감 유발형 문체의 기사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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