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로보택시’ 상표 등록 시도가 미국 특허청에서 ‘보통명사화’로 거부되며, 첨단 자율주행 서비스 브랜드화의 철학·사회·윤리적 함의가 드러나고 있다.
자율주행차를 지칭하는 ‘로보택시(Robotaxi)’라는 용어는 단순한 기술 제품명을 넘어, 인간의 이동 방식과 도시 구조, 나아가 인간의 삶의 패턴까지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내포한다. 기술은 언제나 새로운 언어를 만들고, 그 언어는 사회적 상상력의 일부가 된다. 하지만, 특정 기업이 이 보편적 언어를 독점하려 할 때, 그 시도는 기술 혁신의 의미와 공공의 자산으로서 언어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테슬라의 상표 등록 거절은 기술 발전의 소유권과 공유 가치에 대한 철학적 논쟁의 한 단면이다. 미국 특허상표청(USPTO)은 ‘로보택시’가 이미 업계 전반에서 자율주행 차량 서비스 전반을 지칭하는 일반 용어가 되었기 때문에, 테슬라의 상표 등록을 거절했다. 이는 ‘로보택시’가 기술적 진보의 특정 소유물이 아니라, 자율주행차라는 복합공학 시스템의 결과물임을 보여준다. 자율주행차는 AI, 센서, 전기차 기술, 네트워크 인프라 등 다양한 공학적 요소의 집합체다. 하지만, 용어 자체가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만큼, 어느 기업도 독점적 소유권을 주장하기 어렵다. 테슬라는 ‘로보택시’, ‘로보버스’, ‘사이버캡’ 등 다양한 명칭에 대해 상표 등록을 시도하고 있지만, 기술의 공공적 성격이 법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기술이 사회 구조와 언어, 그리고 시장의 공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만약 ‘로보택시’라는 용어가 특정 기업의 상표로 등록된다면, 이는 업계 전체의 혁신을 제약하고 정보 접근성 및 공정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자율주행차 서비스의 대중화와 기술 포용성, 디지털 격차 해소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또한, 상표 등록의 윤리적 문제는 기술 발전의 공공성과 기업의 이윤 추구 사이에서 균형점을 고민하게 한다. 기술 언어의 소유는 단지 법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신뢰와 협력 구조와 직결된다. 실제로 이미 아마존의 자회사인 주크스(Zoox) 등 여러 기업이 자율주행 서비스를 ‘로보택시’로 호칭하고 있다. 테슬라가 상표 등록을 시도한 ‘로보택시’뿐 아니라, ‘사이버캡’ 등도 유사한 이유로 난항을 겪는 중이다. 테슬라는 2024년 10월 ‘We, Robot’ 행사에서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사이버캡’과 로보버스, 그리고 옵티머스 로봇 등 신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현재 USPTO는 테슬라에게 제품 매뉴얼, 광고, 웹사이트 스크린샷 등 구체적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 상용화 자체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기술적·사회적 난제임을 고려할 때, 이름을 독점하지 못하는 문제는 상대적으로 작은 고민일 수 있다. 향후 자율주행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로보택시’와 같은 공공적 언어와 그 상업적 활용 사이의 경계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기술은 결국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발전해야 하며, 언어와 상표 역시 공정성과 투명성을 기반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테슬라의 사례는 미래 기술 브랜드화 과정에서 개방성과 독점, 혁신과 공공성의 균형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기술의 사회적 책임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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