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개발했던 AI 에이전트 ‘에스터(Esther)’ 서비스를 중단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T는 올해 CES 2025에서 공개한 글로벌향 개인 AI 에이전트(PAA) 에스터의 베타 테스트를 종료했으며, 내부적으로 공식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SKT 관계자는 “AI 혁신 추진을 위한 AI CIC 출범에 따라 글로벌 PAA의 사업 방향성을 재검토한 결과 베타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며 “에이전틱 AI에 기반한 글로벌 PAA 베타 서비스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국내외 시장에서 더 나은 AI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북미 지역 서비스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는 구상이었지만, 최근 AI 관련 조직개편과 사업 재점검에 따라 정리 수순을 밟게 됐다.
에스터는 SK텔레콤 아메리카 법인이 해외 시장을 겨냥해 선보인 AI 서비스로 기대를 모았다. 회사는 올 하반기 미국 정식 출시를 거쳐 내년에는 다른 국가들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특히 국내에서의 ‘에이닷’ 성공 노하우를 기반으로 글로벌 파트너사와 함께 AI 생태계 확장을 꾀했지만, 사업 조직 개편과 수익성 관점에서 정리 대상에 올랐다. 막대한 개발비와 높은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사업 효율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에스터 사업을 주도했던 정석근 SKT GPAA 사업부장이 AI CIC장으로 선임되면서 추진 동력도 떨어졌다. 정 AI CIC장은 SKT가 북미향 AI 에이전트 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한 손자회사 GAP를 이끌어왔다.
에스터 중단은 한국 통신사들의 글로벌 AI 사업이 직면한 현실적 어려움을 보여준다. 국내 시장에서는 에이닷이 성공적으로 안착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오픈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AI 에이전트 시장은 막대한 인프라 투자와 지속적인 모델 개선이 필요한 영역으로, 수익 창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SKT는 조직 개편을 통해 AI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확장보다는 국내 시장에서의 AI 서비스 고도화와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결정은 글로벌 AI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진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 성공 사례를 해외로 확장하는 것은 단순한 서비스 이식이 아니라 현지 생태계 구축, 파트너십 확보, 브랜드 인지도 형성 등 복합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AI 서비스는 언어와 문화적 맥락에 민감하며, 현지화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SKT의 사례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AI 시장 진출 시 수익성과 시장 경쟁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향후 SKT가 국내외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AI 경험을 제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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