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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오픈AI에 “콘텐츠 무단 학습 중단하라” 공식 경고

일본 대표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가 인공지능(AI) 학습에 자사 콘텐츠가 무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오픈AI에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지브리를 회원사로 둔 일본의 콘텐츠 해외유통 촉진기구(CODA)는 최근 오픈AI에 공개서한을 보내 동영상 생성 AI ‘소라2(Sora 2)’의 학습 과정에서 회원사 콘텐츠를 허락 없이 사용하지 말 것을 공식 요구했다. CODA는 “소라2가 기존 일본 콘텐츠와 유사한 영상을 대량으로 생성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는 일본 콘텐츠가 학습 데이터로 사용된 결과”라고 판단했다.

CODA의 핵심 주장은 오픈AI의 ‘옵트아웃(opt-out)’ 방식이 일본 저작권법과 충돌한다는 점이다. 옵트아웃은 저작권자가 사후에 사용 중지를 요청해야 하는 체계인 반면, 일본 저작권법은 사전 허가를 원칙으로 한다. CODA는 “일본에서는 저작물 사용 시 사전 동의가 필수이며, 사후 이의 제기로 침해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글로벌 AI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옵트아웃 방식과 각국 저작권법 간의 근본적인 충돌을 보여주는 사례다.

오픈AI가 지난 9월 소라2를 공개한 이후 이용자들은 ‘지브리풍’ 스타일로 변환된 이미지와 영상을 대량으로 생성하며 글로벌 유행을 만들어냈다. 올해 3월에도 챗GPT 기반 이미지 생성 모델에서 지브리풍 스타일이 화제가 되며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자신의 X(구 트위터) 프로필 사진으로 지브리 화풍의 이미지를 사용하기도 했다. 지브리의 독창적인 수채화 느낌의 배경, 섬세한 캐릭터 표현, 따뜻한 색감 등은 수십 년간 축적된 예술적 자산이지만, AI 모델은 이를 학습해 유사한 결과물을 손쉽게 생성할 수 있게 됐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소라2가 향후 저작권 관련 소송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테크크런치는 AI 학습·재현과 저작권 침해 사이의 법적 기준이 명확히 확립된 판례가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뉴욕타임스가 오픈AI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진행 중이며, 여러 창작자 단체들도 생성형 AI 기업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지브리의 공식 요구는 글로벌 콘텐츠 산업이 AI 기업들의 무단 학습에 집단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번 사태는 AI 기술 발전과 저작권 보호 간의 긴장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AI 기업들은 대규모 데이터 학습이 혁신의 필수 요소라고 주장하는 반면, 창작자들은 자신의 작품이 동의 없이 AI 학습에 사용되고 유사 작품이 무한 생성되는 것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지브리처럼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창작자들에게 AI의 무단 학습은 수십 년간 쌓아온 예술적 정체성과 경제적 가치를 훼손하는 심각한 위협이다. 글로벌 차원의 명확한 법적 기준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수진 이
수진 이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기술의 사회적 영향을 분석하는 기술 전문 기자 이수진입니다. 최신 기술 트렌드와 혁신을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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