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클로바X’의 아버지, 국가 AI 정책의 키를 잡다.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민간 주도 생태계 조성을 위한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AI 3대 강국’ 진입을 위한 청사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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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신설한 AI미래기획 수석비서관 자리에 ‘하이퍼클로바X’ 개발을 이끈 하정우 네이버 AI 혁신 센터장이 임명되었다. 국내에서 석박사를 마친 ‘토종’ 개발자 출신인 하 수석은 과거 정부의 대규모 투자와 ‘전 국민 AI 바우처’ 지급 등 파격적인 정책을 주장해 온 인물이어서, 그의 구상이 어떻게 국가 정책에 반영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정우 수석은 2015년 ‘딥러닝’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 네이버에 합류해 AI 연구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8년간의 연구 끝에 2023년 대한민국 대표 생성형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를 탄생시키며 국내 AI 기술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그의 풍부한 현장 경험이 국가 AI 정책으로 구현될 것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평소 “AI 산업은 결국 돈의 전쟁”이라며 정부의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역설해왔다. 수석으로 임명되기 전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현 정부가 약속한 100조 원 규모의 투자도 부족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연간 20조 원(정부 10조, 민간 10조) 규모의 투자는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기에 결코 큰돈이 아니며, 혁신적인 AI 모델 개발을 위해서는 ‘규모의 법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다만, 하 수석은 정부의 역할을 ‘선수’가 아닌 ‘서포터’에 한정해야 한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시장은 철저하게 민간 기업이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GPU와 같은 핵심 컴퓨팅 인프라를 대규모로 확충하고,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양질의 공공 데이터를 개방하며, 성장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혁파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가 제안한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전 국민 무료 AI 바우처’ 제도다. 정부가 강력한 AI 모델 개발을 지원한 뒤, 모든 국민에게 매달 2만 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급하자는 구상이다. 국민들은 이 바우처를 사용해 국내 여러 AI 스타트업의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스타트업들에게 초기에 필요한 ‘시드머니’가 되어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공급자(기업) 중심의 지원이 아닌, 수요(국민)를 창출하여 시장 생태계 전체를 활성화시키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평가된다. 국민은 AI를 일상에서 경험하며 디지털 리터러시를 높이고, 기업은 안정적인 초기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 AI컴퓨팅센터 사업이 기업 참여 유인 부족으로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민간의 역할’과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하 수석의 등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철학이 막혀있던 국가 AI 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대한민국을 진정한 AI 강국으로 이끌 수 있을지 업계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