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인터넷을 파괴할 것인가? 최근 BBC가 던진 이 도발적인 질문은 단순한 과장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구글이 야심 차게 내놓은 새로운 AI 검색 기능이 인터넷의 근간을 뒤흔들며, 지난 30년간 이어져 온 디지털 생태계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기계 웹(machine web)’의 시대, 그 서막이 올랐습니다.
지금까지 웹은 하나의 간단한 약속 위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수많은 웹사이트가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에 자신의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구글은 그 대가로 사용자들을 해당 웹사이트로 보내주는 방식입니다. 이 트래픽을 통해 웹사이트는 광고 수익을 얻거나 상품을 판매하며 생존해왔습니다. 인터넷 활동의 약 68%가 검색 엔진에서 시작되고, 그중 90%가 구글을 통하는 현실에서 구글은 웹이라는 정원을 키우는 ‘태양’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견고했던 공생 관계가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구글이 검색 결과 상단에 AI가 생성한 답변을 보여주는 ‘AI 오버뷰’에 이어, 아예 전통적인 링크 목록을 대체하는 ‘AI 모드’를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구글 검색 책임자 리즈 리드는 “이것이 구글 검색의 미래”라고 단언했습니다. 사용자에게는 더없이 편리한 기능일 수 있지만, 콘텐츠 생산자들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는 비명이 터져 나옵니다.
문제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AI가 사용자의 질문에 대한 완결된 답변을 즉시 제공한다면, 사용자는 굳이 링크를 클릭해 다른 웹사이트를 방문할 이유가 사라집니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제로 클릭(zero-click)’ 검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웹사이트로 향하는 트래픽을 절벽으로 밀어낼 것이라 예측합니다. 이미 다수의 분석에서 AI 오버뷰가 웹사이트 클릭률을 최대 70%까지 감소시켰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으며, AI 모드가 기본값이 될 경우 그 충격은 상상 이상일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블로거나 소규모 언론사의 폐업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공기청정기 리뷰 사이트 ‘하우스프레시’의 편집장 지젤 나바로는 “구글이 우리 링크를 더 많이 노출하지만, 아무도 클릭하지 않는다”며 현실을 토로했습니다. 그녀는 이 현상을 “사서에게 책을 빌려달라고 했더니, 책은 주지 않고 내용만 요약해주는 격”이라고 비유하며, 웹이 가진 정보의 다양성과 발견의 즐거움이 사라질 것이라 우려했습니다.
물론 구글의 입장은 다릅니다. 구글은 AI 기능이 오히려 더 다양하고 수준 높은 웹사이트로 사용자를 안내하며, 새로운 콘텐츠가 발견될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웹은 번성하고 있다”는 것이 구글의 공식적인 진단입니다. 하지만 트래픽 총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명확한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큰 변화는 ‘기계 웹’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입니다. 앞으로 웹사이트는 인간이 아닌 AI가 읽기 좋은 형태로 제작될 것이며, 사람들은 AI가 요약한 정보를 소비하는 데 익숙해질 것입니다.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출판사들이 인간을 위한 웹페이지 없이 AI 모델에 직접 콘텐츠를 공급하는 미래를 언급했습니다. “로봇은 광고를 클릭하지 않는다”는 클라우드플레어 CEO 매튜 프린스의 말처럼, 이는 웹의 수익 모델 자체를 근본적으로 파괴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습니다. 월드와이드웹의 선구자 중 한 명인 웬디 홀 교수는 “이 모든 것이 진화의 과정”이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에게는 너무 늦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사용자의 분노가 새로운 대안을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희망과, 양질의 정보가 고사하고 편향된 AI의 ‘필터 버블’에 갇힐 것이라는 절망이 교차하는 지금, 우리는 인터넷 역사상 가장 거대한 변곡점 위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