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전체 앨범 재생목록이 ‘플레이리스트 채우기’와 해킹된 계정 남용으로 오염되며, 기술 진보의 그림자와 플랫폼 책임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유튜브 전체 앨범 플레이리스트의 ‘엔시티피케이션(enshitification)’ 현상은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인간의 창의성과 기억을 저장하는 동시에, 상업적·비윤리적 목적에 의해 변질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기술은 본래 인간의 지식, 감성, 문화적 유산을 더 넓게 공유하고 보존하는 도구로 기능해 왔으나, 오늘날 플랫폼의 진화는 그 본질적 의미를 다시 묻는다. 과거의 순수한 연결과 공유는 점차 자동화, 사기, 데이터 조작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 인간 정체성과 창의성이 플랫폼 구조에 의해 어떻게 규정·왜곡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남기는 디지털 흔적이 어떤 새로운 사회적·철학적 문제를 야기하는지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유튜브는 오랜 기간 저작권 집행의 느슨함과 접근성 덕분에 희귀 음악, 서브컬처 콘텐츠의 저장고로 성장했다. 사용자는 직접 재생목록을 만들어 음악을 큐레이션하고, 플랫폼은 이를 추천 알고리즘과 검색 인덱스를 통해 확산시켰다. 그러나 최근에는 ‘플레이리스트 채우기(playlist stuffing)’와 같은 새로운 기술적 악용이 만연하다. 핵심 원리는 검색 결과에서 재생목록의 상위 두 개 트랙만 노출되는 UI 취약점을 노린 것이다. 해킹된 오래된 계정들이 수백~수천 개의 재생목록을 자동 생성하고, 3번째 트랙에 ‘More’와 같은 광고성·스팸성 비디오를 삽입한다. 이 비디오는 1시간에 가까운 길이로, 암호화폐 투자나 온라인 마케팅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명확한 의도조차 불분명하다. 이렇게 조작된 재생목록은 조회수를 높이고,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악용된다. 플랫폼의 이런 기술적 허점은 사회적·윤리적 문제를 동반한다. 첫째, 해킹된 계정의 과거 개인적 기록과 추억이 사기 및 상업적 목적으로 오용되는 것은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둘째, 사용자는 자신도 모르게 스팸·광고 콘텐츠에 노출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콘텐츠 접근이 어려워진다. 셋째, 유튜브의 정책은 겉으론 ‘기만적 플레이리스트’를 금지하지만, 실제로는 대규모 자동화와 계정 악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플랫폼 운영자의 책임, 공정성, 투명성에 대한 윤리적 질문을 제기한다. 실제 데이터는 문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Engadget의 조사에 따르면, 100여 개의 채널이 5만8천여 개의 플레이리스트를 돌려가며 ‘More’ 등 스팸 영상을 삽입하고 있다. 이 영상의 조회수는 7백50만 회에 달하며, 유사한 방식으로 ‘Unreleased’, ‘Full Album’ 등의 동영상들도 수백만 뷰를 기록 중이다. 해킹된 계정들은 2005~2009년 사이에 생성된 오래된 채널이 많으며, 과거 개인적 영상과 프로필 정보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계정들이 누구에게, 어떻게 넘어갔는지조차 추적이 어렵다. 유튜브 전체 앨범 플레이리스트의 타락은 단순한 기술적 결함을 넘어, 플랫폼 생태계의 신뢰·공정성·기억의 보존이라는 근본적 가치에 도전장을 내민다. 앞으로 플랫폼 사업자는 자동화·스팸 대응 강화와 더불어, 디지털 유산 보호, 사용자 권리 회복, 투명한 알고리즘 운영이라는 다층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이용자 역시 자신의 디지털 흔적과 플랫폼 사용 행위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 기술은 결국 인간의 기억과 창의성을 보존·확장하는 도구여야 하며, 그 본질적 가치는 플랫폼의 효율성이나 수익성보다 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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