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하만을 통해 바워스앤윌킨스, 데논 등 전통 오디오 브랜드를 인수하며 오디오 기술의 정체성과 소비자 경험, 산업 경쟁구도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했다.
오디오 기술은 단순한 기계적 발전을 넘어 인간의 감각, 문화, 그리고 존재방식에 깊은 영향을 미쳐왔다. 소리의 재현은 인간의 예술적 창조성과 감성, 그리고 일상적 삶의 풍경을 바꿔왔다. 이번 삼성의 전통 오디오 브랜드 인수는, 기술이 단순히 편리함이나 효율성의 도구를 넘어서 문화적 유산과 인간 중심의 경험, 그리고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계승 문제까지 포함하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기술이 인간의 감각을 어떻게 확장해왔는지, 그리고 대기업 중심의 통합이 예술성과 창의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야 한다. 삼성의 자회사 하만(Harman International)은 헬스테크 기업 마시모(Masimo) 산하 사운드 유나이티드(Sound United)의 오디오 부문을 3억5천만 달러(약 4,8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거래에는 바워스앤윌킨스(Bowers & Wilkins), 데논(Denon), 마란츠(Marantz), 폴크 오디오(Polk Audio)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디오 브랜드가 포함된다. 하만은 이미 JBL, 하만카돈, AKG, 마크 레빈슨 등 다양한 고급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이들 브랜드의 인수는 하만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무선 스피커, 사운드바, TV·스마트폰 오디오 등 다양한 소비자 제품군에 고급 오디오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잠재력을 제공한다. 또한, 쇼핑 그래프와 같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와 결합될 경우, 맞춤형 오디오 경험의 새로운 장이 열릴 수 있다. 이번 인수는 기술과 문화, 산업 구조의 변화가 소비자와 사회에 어떤 파급을 미칠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글로벌 대기업이 전통 오디오 브랜드를 흡수하면서, 소규모 창작자와 중소 브랜드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 또한 브랜드 정체성과 오리지널리티, 그리고 장인정신이 대중적 효율성과 글로벌 시장 전략에 밀려 희석될 우려도 있다. 한편, 사운드 유나이티드 소속 직원의 고용 승계가 이루어질지, 그리고 인수 이후 조직문화와 일자리 안전이 어떻게 보장될지도 중요한 윤리적 이슈다. 기술의 책임성과 공정성, 소비자 데이터 활용의 투명성 등도 앞으로 지속적으로 논의될 부분이다. 하만은 2023년 기준 전 세계 포터블 오디오 시장의 60%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이번 인수를 통해 소비자용 오디오 시장의 글로벌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 삼성은 바워스앤윌킨스의 ‘노틸러스’ 스피커, 데논의 CD플레이어 등 각 브랜드의 상징적 기술을 삼성 스마트폰, TV, 무선 이어폰 등 다양한 제품군에 적용할 계획을 밝혔다. 이는 오디오 애호가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에게도 프리미엄 사운드 경험을 대중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삼성의 이번 인수는 단순한 기업 확장을 넘어, 오디오 기술의 미래와 소비자 경험의 재정의를 예고한다. 전통 명가의 기술과 대기업의 자본, IT 인프라가 결합되며 오디오 산업의 혁신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다만, 기술 발전의 이면에서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 소비자 권리 보호, 공정한 경쟁 환경 구축 등 새로운 과제가 대두될 전망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이 인간의 감성과 창의성,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을 어떻게 존중하고 증진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과 노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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