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다시금 미국 항소법원의 승인을 받으며, 게임 산업의 독점 논란과 혁신·경쟁의 경계가 한층 모호해지고 있다.
기술의 진보는 언제나 새로운 창조와 파괴, 정체성과 권력의 재배분을 동반합니다. 이번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역시 단순한 기업 결합을 넘어, 게임이라는 문화적 공간에서의 인간 경험과 창의성, 나아가 디지털 시대의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기업의 경계가 흐려지고 플랫폼이 확장될수록, 기술은 점점 더 우리 일상의 본질적인 일부가 되어갑니다. 미국 제9 순회 항소법원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제기한 독점 금지 소송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 판결을 유지해 마이크로소프트의 687억 달러(약 90조원)에 달하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최종 승인했습니다. 법원은 ‘콜 오브 듀티’ 같은 인기 게임의 타사 콘솔 차단 우려, 구독 서비스 및 클라우드 게임 경쟁 약화 주장 등 FTC의 핵심 논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판결문에서 “모든 주요 제조사는 한정적 독점 타이틀을 활용해 왔다”고 지적하며, 오히려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 타이틀을 타 기기로도 개방하는 흐름을 보인 점도 강조했습니다. 기술적으로 보면, 이 거대 인수합병(M&A)은 게임 산업의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클라우드 인프라가 통합되는 미래를 한 발 앞당깁니다. 하지만 사회적·윤리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논란이 남아 있습니다. 대형 플랫폼 기업이 업계의 거점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소규모 개발사와 이용자 선택권, 나아가 일자리 구조 자체가 위협받는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FTC는 인수 이후 단행된 대규모 구조조정(해고)의 사회적 파장도 문제 삼았습니다. 한편, 플랫폼 독점이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적 실험을 저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이 가져다주는 효율성과 편의, 그리고 대규모 생태계의 안정성 이면에 ‘공정한 경쟁’과 ‘포용성’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보장되는지, 우리는 계속 질문해야 합니다. 실제로, 이번 인수합병을 둘러싼 법적 다툼은 장기간 이어졌습니다. 2023년 10월 인수 완료 이후에도 FTC는 반복적으로 소송을 제기했고, 그 과정에서 인수 대상 기업 직원 수천 명이 해고되는 등 사회적 충격도 발생했습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콜 오브 듀티’ 등 주력 프랜차이즈의 타 플랫폼 개방을 약속하며 플랫폼 독점 우려를 완화하려 시도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뉴주(Newzoo)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게임 시장은 1840억 달러 규모로, M&A 등 대형 자본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건의 인수합병을 둘러싼 법적 분쟁을 넘어, 기술 생태계의 힘의 균형과 미래의 경쟁 구도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입니다. 앞으로 게임 산업은 하드웨어, 구독, 클라우드 등 기술적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는 ‘플랫폼 융합’의 시대를 맞이할 것입니다. 동시에, 대형 플랫폼의 책임, 공정한 경쟁, 창의성 보호 등 사회적·윤리적 과제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기술이 삶의 중심이 된 시대, 우리는 어떤 규칙과 가치를 택할 것인지, 계속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태그: 게임산업, 플랫폼, 공정경쟁, 기술윤리
